렌의 이야기/렌의 도전하는 이야기

시작.

2021. 10. 17. 22:15

2021년 10월.
내 나이는 이제 43살을 두어달 남겨두고 있다.
또 쏜살같이 그 두어달이 지나갈테고
어느새 난 44살이 되어 있겠지.

삼십대에 마흔의 나를 희망하기를,
꼭 복근에 애플힙을 가진 멋진 몸매이길 바랬고,
직업적으로 인정받으며 멋진 커리어를 쌓길 바랬고,
인생의 플랜B를 구축해놓았길 바랬고,
내 집이 있기를 바랬다.

그 희망에서 일단
멋진 몸매는 택도 없는, 다이어트에 매번 실패한 늘어진 몸이고,
직업적으로는 대략 잘하고 있는 듯 하나, 스스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닌듯 하고,
인생의 플랜B는 앞이 깜깜하고,
내 집은.. 있었으나 없습니다요;;;

생활에 치여 하루하루 정신 놓고 살다보니
내가 꿈꿨던 사십대와는 꽤 거리가 있는 바,
어느 순간 번뜩!
아.. 이대로 가다간 이 상태로 오십 된다!
라는 위기감이 공포처럼 밀려왔다.

늙어도 처녀 시절 내 모습을 간직하면서 늙고 싶어.
내 아이덴티티는 지키고 싶어.

이게 뭔 개소리냐 싶겠냐만은
내 처녀 시절에 내 아이덴티티로 가진
내 놓치기 싫은 장점들이 있었거든.

나는 늘 날씬했고(48kg)
나는 책을 많이 읽었었고
나는 이야기를 상상하길 좋아했고
그림 그리는것을 좋아했고
글을 쓰길 좋아했고
잘 웃었고
잘 자는 사람이었다.

하지만, 지금은 그 모습을 다 잃어버린 상황이다.

나는 살쪘고 (56kg)
난 책은 안 읽으면서 책을 사기만 좋아하고
나는 상상력이 떨어진걸 느끼고
피곤하다는 핑계로 그림도 잘 안 그리고
글도 안쓰고
잘 웃지고 않고
불면증으로 고생 중이다.

다시 돌아가고 싶은 욕심만 그득하면서
전혀 노력은 하지 않는 사람
스스로를 한심하다 느끼면서도 무기력해.

그래서,
더 늦기전에 내 진짜 모습 찾아오려고.

어디 자기계발서나 심리학 책보면
지금의 나도 나고
예전의 나도 나라고 인정해야한다
할 것 같지만,

인정 못합니다.

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늙어갈래요.
지금의 모습으로 늙어가지 않고
내 인생에서 더 긴 시간 유지해왔던 그 모습을
되찾아올래요.

당장 오늘부터 시작! 한다고
근 십년간 이러고 살던 행태가 쉽게 바뀌겠냐만은
첫 삽은 한번 떠보겠다 이거지요.

소소한 성취감을 느껴가며
작은 목표부터 해나가면
너무 늦지않게 찾아오겠지.

진짜 내 모습.
멋진 나.

그리고 그렇게 멋진 상태로 늙어가는거야.
이 세상 최고 멋진 할머니가 될테다.

거창하다면 거창하고
소소하다면 소소한 내 시작입니다.